🏁 Editor’s Note
이번 호를 만들다 욕실에서 수건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호텔수건'이라고 적혀 있는데, 알고 보니 그 말엔 아무 기준도 없더군요. 그 순간 이상하게도 이번 호 다른 글들이 다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웹툰 원작'이라는 태그도, 155만 원이라는 가격표도, 'Elevate'라는 망고의 선언도, 결국은 입구에 붙은 간판일 뿐이었습니다. 간판이 좋다고 안이 좋으리란 법은 없죠. 수건은 라벨이 아니라 GSM이, 드라마는 태그가 아니라 각색이, 신발은 가격이 아니라 비 오는 날의 쓰임이 진짜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이번 호는 '간판 너머'를 들여다보는 이야기들입니다. 참, 이번 주말부터 월드컵이 시작되는데, 한국 경기는 전부 아침입니다. 새벽 안 새워도 되는 월드컵, 커피 한 잔과 함께 즐기시길.
- TOP STORY : '40수 코마사 200g'이 약속하지 않는 것 — 호텔수건의 진실
- NX PICK : 오늘 밤 뭘 볼지 고르는 일 — 웹툰 원작 영상화 성적표
- LIFE : 3만 원부터 155만 원까지 — 올여름 신발은 '메쉬'
- PLAY : 새벽이 아니라 아침 — 북중미 월드컵 한국 경기 좌표
- INSIGHT : 절벽에서 추락한 창업주 — 망고의 위기와 프리미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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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수 코마사 200g — 이 다섯 단어가 약속하지 않는 것들]
수건을 사려고 라벨을 보면 외국어 같은 단어가 빼곡합니다. 40수, 코마사, 200g, 무형광, OEKO-TEX. 다섯 단어를 다 알아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수건이 갑자기 까다로운 물건이 되죠. 그런데 이 안에 사실 수건의 거의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 '수가 높을수록 좋다'는 절반만 맞습니다 : 40수는 가는 실을 촘촘히 짠 것이라 부드럽지만 그만큼 빨리 닳습니다. 호텔이 40수를 쓰는 진짜 이유는, 닳기 전에 어차피 폐기하기 때문입니다.
- 진짜 기준은 '수'가 아니라 GSM(평량) : 같은 200g이라도 크기가 커지면 평량은 뚝 떨어집니다. 게다가 '호텔수건'엔 법적 기준이 아예 없어서, 누구나 그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 수건 쉰내의 정체는 '모락셀라'균 : 섬유유연제는 부드러움을 주는 대신 흡수력을 죽이고, 그 잔여물이 이 균의 먹이가 됩니다. 해법은 의외로 화이트식초 한 병입니다.
매일 얼굴에 닿는 물건인데, 우리는 그동안 이 작은 사물에 너무 인색했는지도 모릅니다. 후회 없는 한 장을 고르는 기준, 지금부터 정리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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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뭐 볼지 고르는 일은, 사실 어떤 웹툰을 고르는 일입니다]
6월 5일 넷플릭스가 열 편을 한꺼번에 푼 〈참교육〉이 주말 정주행 1순위로 올라섰습니다. 김무열·이성민·진기주에 〈소년심판〉 감독까지. 그런데 소개란을 내려보면 익숙한 한 줄이 또 보입니다. '웹툰 원작'. 화제와 논란을 함께 짊어진 이 작품을 계기로, 흥행과 평가를 모두 쥐었던 웹툰 원작들의 성적표를 펼쳐봅니다.
- 〈무빙〉 — '잘 옮긴 영상화'의 기준 : 강풀 작가가 직접 극본을 써 백상예술대상 극본상까지 받았습니다. 거창한 도시 파괴 대신 교실과 동네 통닭집을 채운 '한국형 히어로물'.
- 〈신과함께〉 — 쌍천만, 그러나 신파 논쟁 : 1·2편 모두 천만을 넘긴 첫 시리즈. 흥행이 곧 작품성은 아니라는 걸, 따라붙은 '신파' 논쟁이 보여줬습니다.
- 〈미생〉 — '장그래'가 보통명사가 된 해 : 비정규직 청년을 가리키는 일상어가 됐고, '장그래법'이라는 별칭까지. 원작 단행본은 방영 후 200만 부를 돌파했습니다.
'웹툰 원작'은 품질 보증서가 아니라 검증된 출발선입니다. 그 가능성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오늘 밤 우리의 두 시간이 아까울지를 결정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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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원부터 155만 원까지, 올여름 신발은 '메쉬'로 정해졌습니다]
여름이 시작되는 신호는 신발장에서 옵니다. 두툼한 가죽 운동화를 안쪽으로 밀어 넣고, 발등이 비치는 얇은 신발을 꺼내 드는 순간이죠. 올해 그 자리의 주인공은 샌들도 슬리퍼도 아닌, 그물처럼 성근 직조의 '메쉬'입니다. 닫힌 신발의 단정함은 가져가되 샌들에 가까운 시원함을 얻고, 한 켤레 무게는 150g 안팎. 습한 한국 여름에 '닫혀 있지만 통하는' 감각이 큰 차이를 만듭니다.
- 3만 원 — 첫 메쉬의 출발점 : 슈펜 메쉬 플랫(29,900원)이 대표적. 한 철 가볍게 신는 소모품에 가깝지만, 색을 두세 켤레 갖춰 바꿔 신기엔 부담이 없습니다.
- 8~14만 원 — 데일리의 무게중심 : 찰스앤키스 메리제인 라인(85,900~139,900원)이 가장 균형 잡힌 선택. 발등 스트랩이 있어 벗겨짐 걱정이 적습니다.
- 155만 원 — 오래 두고 신을 한 켤레 : 미우미우 메쉬 발레리나. 단, 값이 비싸도 비를 견디진 못합니다. '트렌드 입문'이 아니라 '투자'에 가깝습니다.
가격은 마흔 배 넘게 벌어지지만, 비 오는 날엔 똑같이 무력합니다. 값이 곧 만족은 아니라는 뜻이죠. 첫 켤레는 무난한 색에 발등을 잡아 주는 형태로. 올여름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한 기준, 본문에 정리해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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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드컵이 남긴 건 충혈된 눈과 다음 날 출근길의 피로였습니다. 알람을 새벽 세 시에 맞추고, 골이 터지면 입을 틀어막던 기억. 그런데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그 풍경을 비틀어놓습니다. 대한민국 조별리그 세 경기가 모두 한국시간 오전에 잡혔거든요. 커피를 내리고, 점심시간을 당겨 쓰거나 연차를 만지작거리며 거실 소파에서 휘슬을 맞이하는 그림입니다.
- 오전의 휘슬, 세 번의 약속 : 체코전 6/12(금) 오전 11시, 멕시코전 6/19(금) 오전 10시, 남아공전 6/25(목) 오전 10시. 광장의 함성보다 사무실 휴게실과 거실이 주 무대가 될 공산이 큽니다.
- 1,560미터의 공기가 바꾸는 것들 : 두 경기가 열리는 과달라하라는 해발 1,560m. 공이 더 빠르고 멀리 뻗어 슛 궤적이 어긋납니다. 다만 가장 가혹한 아스테카(2,240m)는 비켜 갔습니다.
- 리모컨을 미리 점검해야 하는 이유 : JTBC·KBS 공동 중계, MBC·SBS는 불참. 온라인은 네이버 '치지직'이 독점합니다. 습관처럼 채널 찾다 경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새벽 농성에서 아침의 루틴으로. 첫 경기 후반의 다리 무게를 가를 고도 적응까지, 한국이 밟을 세 무대의 좌표를 본문에 짚어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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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가 절벽에서 추락했고, 그 아들이 살인 피의자가 됐습니다]
터키에서 옷 보따리를 들고 스페인 땅을 밟은 한 이민자 청년이, 120개국에 매장을 둔 패션 그룹을 일궈냈습니다. 그리고 2024년 12월, 그 창업주 이삭 안딕이 아들과의 산행 중 100미터 절벽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망고(MANGO)의 40년은 성장과 위기, 그리고 예기치 못한 비극이 한데 얽힌 기록입니다.
- '자라의 그늘'이 아니라 다른 길 : 모두를 위한 옷을 만든 자라와 달리, 망고는 '도시 여성'이라는 좁고 선명한 타깃을 겨냥했습니다. 셀러브리티 마케팅이 산업이 되기 전부터 그걸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았죠.
- 'Elevate' — 탈(脫)패스트패션 선언 : 쉬인·테무가 저가 시장을 잠식하자, 망고는 프리미엄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빅토리아 베컴 협업, 미국 단독 매장 확장. 2025년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 창업자 신화에 기댄 정체성의 취약함 : 아들 조나단은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 보석으로 풀려났고, 이사회 부회장직에서 사퇴했습니다. 브랜드 이름 옆에 '살인 의혹'이 나란히 놓이는 현실입니다.
소비자의 인식은 선언이 아니라 경험으로 바뀝니다. 창업자가 사라진 망고가 어떤 옷을, 어떤 이야기와 함께 건넬지가 다음 40년을 결정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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